친구들과 술 한잔을 기울이며
늦게까지 수다를 떨었다.
아주 오랜 친구들이였고,
늘 그랬듯이 부질없는 말들과 시덥잖은 농담들로
채우는 시간이였다.
살짝 술이 들어가 눈이 풀린 친구 한놈이
- 너희는 삶의 목적이 뭐야?뭐가 너네를 살아가게해?
라는 질문을 했다.
모두들
-그냥 사는거지 뭐
라고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
나도 마찬가지로
- 산다는게 그렇게 무엇을 위해 산다 라고 정의하기가
쉽지않은것같아, 너무 복잡하잖아.
두루뭉슬하고 그럴듯하게 마무리지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해본 흔한 주제이다.
이에 대한 사람들의 대답과 고민의 결과물들을
모아본다면 책 한권으로 끝날것이 아니라
지구 몇바퀴를 둘러쌀 깜지들이 나오겠지.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깊게 고민해보았을까.
내 삶의 원동력, 나를 열심히 살아가게하는것,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
고민을 꼭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고민을 해보지않았다고해서 틀린 인생을 사는건 아니다.
그저 나는 문득 궁금해진게,
내가 사색이라는 것을 얼마나 해보았나 의문이들었다.
남들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나만의 철학시간 같은것 말이다.
답이 없는 물음표와 정답이 아닌 느낌표를
마구마구 쏟아내는 시간.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것을 즐기고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였다.
시간이 나면 낯선 곳을 무턱대고 걸으며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이곳저곳을 드나들었다.
무언가를 알고싶어서, 혹은 정답이 궁금해서가 아니고
그냥 두서없고 정처없는 사색의 시간을 갖곤 했다.
그랬던 내 모습을 떠올려보았는데
참 어릴적이더라. 최근의 나는 그랬던적이 없었다.
내가 몸담고 있는 반도체 업계 특성상
최근 7년은 급하고 서두르는 나날들을 보냈다.
1분만 눈을 돌려도 쏟아지는 수많은 피드백과
숨통을 조이는 강도높은 업무들이
내 삶의 텐션을 높여왔다.
비슷한 성격의 급하고 서두르는 동료들끼리 모여
빠르고 급박하게 전개되는 직장내 삶을 공유했다.
진급을 위해 받아야하는 고과를 걱정하고
이를 위해 더 셀프채찍질했다.
슬픈 직장생활을 말하는것은 아니고.
그런 스피디함을 요구하는 최근의 삶을
돌이켜보게된다.
문득 재주넘은 대회에 출전한 귀여운 강아지가 떠올랐다.
멈출줄 모르고 달려가서
허들을 넘고 터널을 통과한다.
한번도 내가 그런 경주마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았는데!
문득, 조금 빠르구나. 생각이 든다.
잠시 브레이크를 밟고
다시 머릿속을 비우고
나만의 허황된 호기심과 상상 고민을 펼치며
가만히 사색과 헛된 시간을 보낼 필요도 있다.
꼭 인생의 목표나 원동력을 찾아내는
근사한 시간이 아니어도된다.
숨을 고르고 주위를 둘러보는 시간이다.
나다움을 장착하는 정비의 시간이 될수도 있고,
더빠른 엔진을 장착하는 휴게소가 될수도 있겠다.
: 임신기단축근무로 인해서
비교적 마음이 여유로워진 어떤 아줌마의 아무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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