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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14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요새 감정의 기복이 호주 해안가 어딘가의 파도 같다. 태풍이 오기 직전의 우렁찬 파도일 때도 있고, 날도 맑고 화창하지만 드높기만한 파도일 때도 있고 물론 잔잔하고 미소가 나올 때도 있다. 소리만 요란하게 금방 부서지는 파도일 때도 있다. 보통 연말이 되면 늘상 이랬던것 같다. 왁자지껄 친구들을 잔뜩 만나서 거하게 술한잔하고 정신 없이 하루를 보내다가 또 그다음날이 되면 갑작스레 고요해진 내 일상에 적응을 못하고 한없이 마음이 어두워진다. 어디 놀거리 없나 약속이 없나 뒤져보고, 화려한 연말을 갈망한다. 그러다가도 또 이내 찾아오는 일상의 고요. 마음이 급하다. 휴직을 하는동안 허무하게 지나가버릴 내 1년이 두렵다. 자꾸 무언가를 이뤄내고싶고 만들어내고싶고 초조하다. 그래서 더 감정이 휘몰아친다. 육아 .. 2022. 12. 13.
뒤집기 아가가 어느날부터인가 처음보는 유형의 짜증을 마구 냈는데 알고 보니 뒤집고 싶어하는거였고, 엄마 아빠의 큰 도움 없이 이내 혼자 뒤집었다. 혼자 비명을 몇분동안 지르다가 딱! 뒤집기를 성공해내는 순간 엄마와 아빠는 눈물 한방울씩을 흘렸다. 겪어내야할 시련을 겪고있는 것을 지켜만 보는 부모의 마음인가 싶었다. 부담주고 싶지 않았고, 도와주고 싶었고, 성공할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이 마음 속에 있었다. 처음 느끼는 가슴 속 웅장함이다. 이번엔 되집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일주일넘게 비명을 마구마구 지르는데, 도와줄수있는 것이 없어서 옆에서 바라만 본다. 처음 몇번은 혼자 애쓰는 것을 지켜보다가, 비명이 계속되어 목이 쉴것같을 때쯤, 안타까워 안아준다. 그럼 아가는 왜 이제 도와주냐는 표정을 짓다가 엄마 .. 2022. 8. 12.
도움받기 남에게 무언가를 부탁하거나 의지하는 것을 안좋아한다. 좋아하고 안좋아하고를 떠나서 잘 못한다. 마음이 이겨내지 못하고 불편하다.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가벼운 무언가라 하더라도 부탁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회사에서도 어떻게든 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 과정이나 결과가 최선이나 최고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더라도 차라리 혼자하는 것이 낫다. 아기를 낳고나서부터 내 인생은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거나 도움을 청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되었다. 그로부터 우울감이 시작된것같다. 임산부이기 때문에 생기는 회사에서의 업무적 공백으로 동료들에게 하는 인수인계에서 내 마음속 불편함은 시작되었고 출산과 수술을 겪으면서 남편에게 특히나 육체적 도움을 크게 받았다. 남편은 일상에서 해야하는 일이 두배가 되었.. 2022. 5. 19.
이번 5월 5월을 아주 좋아한다. 푸르름이 세상을 이미 뒤덮은 시간. 파란 세상을 보고 있으면 나또한 생명력을 추가로 얻은 기분이고 밖에서 한잔 거하게 하고 유치하게 놀고 싶은 생각이든다. 이번 5월은 완전히 집 안에서 발한자국 나가지 못하고 이 작은 생명체를 바라만 봐야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니 지금도 든다. 더운지 습한지 쉬야했는지 배고픈지 졸린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고 정답없는 퀴즈를 내버리고 악쓰고 울어버리는 요놈은 나를 우울감에 빠져들게한다. 불행하다는 생각이들때쯤 이런 댓글이 보인다. 아직 너무 작고 어린 아가니 계속 바라봐주고 신경써주세요~ 나에게 이번 5월은 다른 의미가 되겠다. 피어나는 푸른 생명력들을 바라보며 취하는 달이 아니라 내가 직접 핏덩이에게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2022.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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